제 742 호 지자체는 소개팅 중
지자체는 소개팅 중
▲올해 11월 진행된 서울시 주체 소개팅 ‘설렘, in 한강’ 포스터(출처: 서울시 https://hangang.seoul.go.kr/www/eventMng/detail.do?srchType=list&mid=538&evntSn=247)
“서울시 미혼남녀를 초대합니다. 서울시가 바쁜 일상에서 이성과 만날 기회를 찾기 어려운 청년들이 가볍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새로운 인연을 찾을 수 있는 특별한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성남시에서는 만남의 기회가 적은 미혼남녀들에게 건전하고 자연스러운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성남시 청춘남녀 만남행사 「SOLO MON의 선택」의 참가자를 모집하오니 많은 신청 바랍니다.”
위의 카피는 지자체소개팅 프로그램 신청페이지의 소개 글이다. 전자는 11월 한강에서 열린 리는 ‘설렘, in 한강’이라는 서울시에서 직접 진행하는 미팅 프로그램이며, 후자는 9월 성남시에서 주최한 ‘SOLO MON의 선택’이라는 청춘남녀 만남 행사이다. 지자체는 소개팅의 목표로 0.72명(2024년 기준)이라는 한국의 저출생 문제 해결을 들고 있다. 과연 지자체 주도 소개팅이 저출생 대책이 될 수 있을까?
지자체 소개팅의 인기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소개팅 프로그램은 작년부터 급증했으며,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인기다. 작년 서울시에서 주최한 ‘청년만남, 서울팅’, 성남시의 ‘솔로몬의 선택’, 대구 달서구의 ‘2023 솔로탈출 결혼원정대’라는 소개팅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지자체의 소개팅 프로그램은중매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성인 남녀가 만나 ‘만남>결혼>출산’의 결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그러나 양육에 친화적이지 않은 노동환경과 고금리의 높은 물가와 집세같은 근본적인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저출생에 대한 겉핥기식의 대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의 경우 소개팅의 주관을 여성 가족실 산하 저출생 담당관이 속한 ‘늘봄학교 지원팀’이 담당했다. 늘봄학교는 2022년 5월정부가발표한 “국가교육책임강화로교육격차해소”의일환으로초등학생의방과후교육과돌봄에대한국가책임을강화하는정책이다. 이는 팀 성격과 업무가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지자체 소개팅 프로그램이 봉착한 문제점 중 하나는 여성참가자들의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여론조사업체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6월 진행한 ‘2023 결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만남 주선 행사의 필요성을 묻는 말에 18~29세 여성은 18%만 ‘필요하다’고 답했다. 같은 나이대 남성의 2명 중 1명(51%)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과 차이가 크다. 지역으로 갈수록 성비불균등의 문제가 심각한데, 최근 10년 사이 20~30대 여성들이 취업 기회 부족으로 지역을 떠나며 행사에 참여 가능한 여성은 더 줄어들었다. 때문에 지자체 내에서도 만남의 기회를 늘리기보다는 만남의 기회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더욱 시급해보인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편 한동순 청주시의원은 지난해 11월 청주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여성 출산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청춘남녀 만남을 주선하는 게 저출생 문제에 직접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에 대해 고민해 봐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청주시는 청주시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두근두근 청춘愛톡(Talk)’을 진행하다 2020년 코로나로 중단했다 2021년 다시 시작했지만 올해는 사업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더불어 ‘미혼남녀’로좁힌지원대상은다양한가족의형태를통한저출생에대한해결을축소한다는문제점을가진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 인정을 저출생의 해결책 중 하나라고 주장한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은 한국의 저출생 문제에 대해 “동거나 비혼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편견 없는 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비혼-동거 가정처럼 결혼으로 형성된 전통 가족이 아닌 형태의 가족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출생신고도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제도를 개선하고 다양한 가족에 대해 개방적인 인식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주선 중
지자체가 직접 주선에 나선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정부가 나서 미혼남녀의 만남을 알선하고 있다. 저출생으로 국가 존속에 위험을 느끼는 국가들이다.
일본의 도쿄도는 지자체로는 이례적으로 데이팅 앱을 자체 개발했다. 도쿄는 합계 출산율이 0.99명으로 일본의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1을 넘지 못했다. 도쿄에 거주하거나 직장을 다니는 18세 이상의 독신 누구나 가입해 이용할 수 있다. 해당 앱에 가입하려면 엄격한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본인의 사진과 신분증, 독신증명서, 학력증명서, 소득증명서 등 총 15가지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결혼을전제로한만남인만큼교제에성실하게임하겠다는서약서에도서명해야한다.
지자체가 미혼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요즘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만남의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데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 청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유효한 해답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준다. 1990년대부터 결혼정보업체들이 중매의 역할을 했지만, 그 가격이 만만치 않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들 정책은 가벼운 비용으로 다양한 행사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이성 교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색적인 복지정책’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관에서 소개팅 참가자의 신원을 보증한다는 것도 지자체들이 드는 미혼남녀 소개팅의 장점이다. 실제 해운대구는 행사 참가자의 범죄경력회보서, 주민등록초본, 재직증명서, 혼인증명서 등을 깐깐하게 확인하였다. ‘설렘, in(인) 한강’ 지원자도 주민등록등본, 직장인의 경우 재직증명서, 사업자는 사업자등록증명원, 프리랜서는 소득금액증명서를 제출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주로 경제적 여건을 확인한다. 사기업이 적은 지방에서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 등으로 대상을 한정하기도 한다.
▲감소하는 청년 인구(사진:https://kosis.kr/visual/populationKorea/PopulationDashBoardMain.do)
저출생 해결로 이어질까
현재 우리 사회는 누군가를 쉽게 만나기 어려운 분위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자체가 나서 신원을 보장하면, 만남의 기회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맴돈다. 실제로 행사를 통해 여러 쌍의 커플이 탄생했고, 관심도도 상승하고 있다. 이번 ‘설렘, 인(in) 한강’ 행사도 남녀 50명씩 총 100명 모집에 3,286명이 신청하여 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폭발적인 관심에도 주선 행사를 따갑게 보는 시선도 있다. 출산율이 저조한 원인에 대한 접근이 잘못됐다는 이유에서다. 저출생 문제는 사회적 인프라 개선, 지원책 마련 등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해결하기 어려워, 정책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여성단체 등 일부 시민단체는 이 같은 이유에서 주선 행사에 투입되는 행정력과 예산을 주거 안정, 육아·교육 지원 등에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애→결혼→출산’이라는 순차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기인한다. 현재는 과거처럼 연애가 곧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지자체의 만남 주선 행사는 새로운 만남을 위한 기회가 될 수는 있지만, 직접적인 저출생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선 행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난 지금, 추가적인 정책 도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때이다.
신범상 기자, 변의정 수습기자